따스한 나눔의 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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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8-31 15:22 조회 4,019회 댓글 0건본문
(출처: 노틀담복지관 웹진 둘이하나 2020 봄호 Vol.80 발최)
김강빈 아동 母 이현화 님 작성
김강빈 아동은 보조기기 재사용품목 전시회를 통해 장애아동용 카시트와 학습용 의자를 나눔지원받았으며, 추가 상담을 통해 전방기립훈련기를 대여하였습니다.
1월 어느 날, 어느 때와 같이 강빈이와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데, 한 어머님께서 다가오시더니 "강빈이는 보조 기기 필요한 거 없어요?" 하시면서 1월 16일 날 인천시보조기기센터에서 보조기기 재사용품목 전시회를 한다고 알려주셨어요. 저는 그 말씀을 듣는 순간 바로 ‘이거다!’ 하고, 그날을 기억하기 위해 휴대폰 달력에 알람을 맞추고, 강빈이 센터 치료시간을 다른 날로 바꾸어 일찌감치 참석하려 했는데 구정 연휴가 다음 주에 있어서 그런지 치료 시간 변경이 힘들었습니다.
그동안 강빈이에게 학습용의자를 만들어 주러 자세유지기구센터를 통해 여러 해, 몇 번을 방문했던 곳이고 갈 때마다 굉장히 친절하시고, 강빈이에게 따뜻한 온정을 듬뿍 주셨던 곳이라 더 반갑고, 이런 멋진 아이디어를 내주신 게 참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늦게 도착하면, 강빈이에게 꼭 필요한 물품을 시연도 못해보고, 지원도 못 받을 거라 생각하니 불안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걱정되는 마음으로 행사를 주최하시는 보조기기센터로 연락을 드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내일 보조기기 재사용품목 전시회에 참석을 하고 싶은데요, 아이 치료를 마치고 가야 해서요 혹시 선착순으로 지원을 해주시나요? 늦게 가면 물건이 없어서 시연을 하기가 힘들겠죠?”라고 여쭤보았더니, 너무나도 상냥하고 온화하신 목소리로 "아니에요 어머니, 선착순으로 지원해드리는 것이 아니라 오셔서 직접 다 시연해보실 수 있어요. 저희가 공정하게 심사를 거쳐 최대한 가장 잘 맞는 분께 지원을 해드리려고 하고 있어요. 늦으셔도 상관없으니까요 염려 마시고, 꼭 참석해 주세요”라고 안내를 해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가슴에 뭔가 모를 긍정의 확신이 가득 찼습니다. 굉장히 좋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강빈이를 낳고, 강빈이와 함께 오랜 병원생활을 하면서 늘 가슴 한편 이 무겁고,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를 고심하며 붙들고 있는 수험생처럼 힘들고 지친 일상이었는데, 모처럼 이렇게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기다니 놀랍기까지 했습니다.
“여보, 병원에서 뭐래? 딸 이래? 아…들이래?”
“오빠… 선생님이 아기 다리 사이로 뭐가 좀 보이는 것 같다고… 아들이래”
“진짜야? 확실해? 확실한 거지? 아호!! 첫째는 딸, 둘째는 아들!! 아들이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2016년 05월 20일, 남편을 아주 많이 닮은 3.7kg의 사내아기가 태어났습니다. 38주를 꽉 채우고, 건강하게 태어난 이 아이는 엄마, 아빠의 세상 전부였습니다.
이제 갓 태어난 아기가 꿀럭, 꿀럭 힘주어 젖 빠는 모습만 보아도 엄마는 흐뭇해 젖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루 종일 미역국만 들이마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기가 50일쯤 되었을 때 밤새 잠도 못 자고, 자지러지게 울다가 깜짝깜짝 놀라며 또 자지러지게 울다, 놀래기를 반복하더니 결국 새벽에 입술이 시퍼래지면서 청색증으로 숨을 못 쉬어서, 긴급히 응급실로 이송되었습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엄마와 아빠는 아기가 밤새 경기를 하며, 힘겨워했던 것도 병원에 와서야 알았고, 의사 선생님만 붙잡고 우리 아이 좀 살려달라고 애원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아 뇌경색을 수반한 급성 모야모야병, 뇌병변장애 1급 우리 강빈이의 이야기입니다.
생후 50일, 신생아 때 뇌혈관에 이상이 생기면서 급성 뇌경색이 진행되었고, 안타깝게도 뇌 1/2를 소실하였습니다. 심한 뇌 손상 후유증으로 상. 하지 강직과, 왼쪽 전신마비, 발달지연으로 5살이 된 지금도 강빈이는 누워서 지내고 있습니다. 가족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강빈이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바로 재활치료와 일상생활 속에서 끊임없는 자극들을 받아 감각들을 깨워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루도 빠짐없이 강빈이와 입원 재활, 언어치료, 인지치료, 호흡재활, 근막 치료 등 여러 가지 운동과 치료를 병행하며 아이의 발달을 촉진시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2차례 혈관을 심어주는 뇌 수술을 받았고, 다행히 수술 결과도 좋고 수술 후유증도 경미해 적극적으로 재활치료에 온 힘을 다 쓰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강빈이가 치료를 받을 때 사용할 수 있는 학습용 의자와 집에서도 기립 훈련을 할 수 있는 전방 기립훈련기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강빈이를 낳고 강빈이와 치료를 다니다 보니 알게 된 사실들이지만 장애인을 위한 치료기구나 자세 유지기구들은 고가의 제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큰 아이 키울 때는 주변에서 깨끗하게 사용하신 유모차나, 장난감, 옷은 물려받고, 또 우리 가정에서도 버리기 정말 아까운 물건들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나눠주며 돌려쓰곤 했는데, 강빈이에게 필요한 물품들은 물려받기도 어렵고 그런 기회를 갖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센터에서 진행하는 보조기기 재사용품목 전시회는 그야말로 저와 저희 가족에겐 산타 할아버지의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것이었습니다.
늦은 오후, 노틀담복지관 1층 강당에 들어서자 센터 선생님과 수녀님께서 환한 미소로 저희를 맞아주셨고 부담 없이 강빈이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다 시연해보라고 하셨습니다. 먼저는 카시트와 학습용의자를 차례대로 앉혀보았는데 재사용 품목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물품 하나하나 상태가 굉장히 좋았고, 선생님들께서 적극적으로 강빈이에게 맞는 물품을 추천해주시고 골라주셔서 강빈이에게 꼭 맞는 물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지원받은 카시트와 학습용의자, 추가로 대여한 전방 기립기는 보조공학사 선생님들께서 직접 강빈이 신체 사이즈에 맞게 재조정을 해주시고, 학습용 의자를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 품목에는 없었던 꼭 맞는 테이블까지 손수 새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또 강빈이가 앞으로 더 클 것을 예상해 사용방법과, 제품 사이즈를 조정하는 방법까지 꼼꼼히 설명해주셨습니다. 선생님들의 배려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기의 부피가 커서 저희가 다 가져갈 수 없었기 때문에 저와 날짜를 맞추어 집으로 직접 배송까지 해주시는 것이었습니다!! 전시회를 다녀오고, 며칠이 지난 후 선생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강빈이 치료가 일찍 마치는 날에 맞추어 집으로 가져다주시겠다고요. 비가 장대같이 쏟아지던 날, 오래된 아파트라 지하주차장이 연결되지 않아 비를 흠뻑 맞으신 선생님 두 분이 강빈이 전방 기립훈련기와 학습용의자를 집 앞 문 앞까지 조심스럽게 가지고 올라오셨습니다. 비가 좀 맞았다고 수건을 달라고 하시더니 직접 바퀴며, 의자에 비를 닦아내시곤 집 안까지 가지고 들어와주시는데,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나는 걸 꾹꾹 참았습니다. 학습용의자는 언어치료실에서, 카시트는 치료실로 이동할 때, 대여한 전방기립훈련기는 집에서 굉장히 편안하게 잘 쓰고 있습니다.
강빈이에게 멋진 선물을 해 주신 노틀담복지관 인천광역시보조기기센터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다시 한번 감사 인사드립니다.
내년, 내후년에도 보조기기 재사용품목 전시회가 꼭 다시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