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 같은 나의 아들 현준이 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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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8-31 15:12 조회 4,025회 댓글 0건본문
2016 아름다운재단과 함께하는 장애아동 청소년 맞춤형 보조기기지원사업 관련 수기
서현준님 보호자 작성
<일상생활보조기기-오터 목욕의자/ 착석보조기기-피더시트 지원>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네가 생후 20일에 뇌출혈 수술을 하게 될 거라고 전혀 예상치 못했단다. 여덟 살이 되도록 스스로 앉고 서고 걷지 못 할 거라는 걸 누가 상상이나 했겠니? 먹고 자고 배설하는 자체로도 하루하루 사투를 벌일꺼라는 건 더더욱 몰랐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그토록 아플 때 대신 아파 줄 수 없어 가슴 찢어진 적이 더 많았단다.
솔직히 마흔 중반의 엄마가 너를 보살핀다는 것은 그리 만만한 삶은 아니더구나. 동생을 임신하고도 만삭까지 달리 방법은 없었어. 목 가누기가 안돼서 아기처럼 안고 끼니를 줄때도 그랬고 20킬로가 넘는 너를 아빠와 들고 내리고 씻길 때는 매 순간 긴장의 연속이었다는 것만 알아주렴. 체력이 눈에 띄게 바닥이 날 때쯤 스멀스멀 올라오는 서글픈 감정들의 오버랩이 엄마를 좀 더 지치게 하더구나.
신이 있다면 감히 깍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까? 어느 날 인천광역시 보조기기센터로부터 연락을 받았어. 아름다운 재단의 후원을 받아 보조기구를 지원 받을 수 있다는 거야. 목욕의자와 피더시트가 시급했는데 둘 다를 지원 받게 되었어. 현준이를 다루는 요령이 없던 아빠도 혼자서 목욕시키기에 동참 시킬 수 있어서 엄마는 너무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어. 추운 겨울에도 바닥에 앉혀서 씻겼던 생각을 하면 미안한 생각이 먼저 들어 또 눈물이 나려고 하네. 이젠 엄마 혼자서도 씻길 수 있으니 만족도가 클 수밖에.. 너를 앉혔던 엄마의 허벅지가 피더시트로 인해서 이젠 더 이상 시커멓게 죽지 않게 되었어.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어 미소가 지어지네.
내 몸 밖에 또 다른 나의 심장을 갖는 느낌.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가는 그 가슴 아픔 그 애처로움 그 안타까운 감정들을 오늘도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 손가락으로 스치기만 해도 깨질 듯한 모습으로 찾아와 엄마라는 이름을 붙여준 너는 사랑의 선물이 되었고, 살아가는 동안 생기는 수많은 갈등 속에 내가 아닌 남이 되어보게 하는 이해의 선물도 되었단다. 그리고 되풀이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심어준 희망의 선물 또한 되었단다. 아들아 우리도 베풀고 나누는 삶을 살자꾸나. 사랑한다.
이 사업이 좀 더 알려지고 기회가 주어져서 많은 친구들이 불편함 없이 또한 보호자들이 고단한 삶에서 다소나마 해방되기를 소망해본다. 인천 보조기구 센터 관계자 분들의 모든 과정에서의 애쓴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현준이를 가장 소중히 아끼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