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아름다운재단 장애 아동청소년 맞춤형 보조기구 지원사업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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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8-31 15:19 조회 3,891회 댓글 0건본문
조성아 아동 보호자 작성
<유모차형 휠체어-각도고정형 지원>
우리 성아는 올해 6세 된 지적 장애를 동반한 뇌병변 장애아입니다.
출생 시 호흡곤란으로 인한 뇌손상이 있어 태어나는 날부터 특별한 아이가 되었습니다. 아파서 입원과 퇴원을 여러 번 반복한 후에야 겨우 조금의 안정을 찾은 생후 8개월, 길고 긴 재활 치료가 시작되었습니다.
아픈 아이의 양육과 치료를 위해 엄마인 저는 출산과 동시에 직장을 퇴사하게 되었고 프리랜서인 아빠의 불안정한 소득만으로 아이의 양육비와 병원비, 재활치료비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한달, 두달, 1년, 2년, 날이 갈수록 생활이 힘들어졌고 병원비, 재활치료비를 지불하기에 급급하다 보니 아이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용품들은 주변 지인에게 물려받아 쓰거나 중고를 구입하는 등 최대한 비용을 아끼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아이에게 필요한 장애 용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나 비장애 아이들은 사용하지 않는, 장애인인 제 아이만이 필요한 것들이기에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무리를 하더라도 아이를 위해 구입해야겠다 마음먹고 가격 조사에 나섰습니다. 정말 터무니없었습니다. 장애 아동이 사용하는 용품들은 꼭 필요해서 구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왜, 무슨 이유로 그렇게 비싼 건지……. 아이가 세 살이 되었을 무렵 지자체에서 지원해 주는 렌탈바우처를 알게 되었고 그 길로 신청을 위해 주민센터를 방문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용자가 많아 기다려야 하는 답변뿐, 불편함을 맨몸으로 버티며 몇 달에 한번씩 주민센터를 방문하고 또 방문하였지만 소식은 없었습니다. 그 다음 해에는 아이에게 필요한 보조기기들을 지원해 준다는 포스터를 보고 한 단체에 전화했으나 제 아이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지원 자격이 기초수급자와 차상위였기 때문입니다. 장애 아동이라면 동등한 기회가 있어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항의도 했습니다. 지원 자격을 제한해 놓은 이유를 듣고 이해는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지원 자격이 되는, 지자체의 바우처를 사용하는 아이들은 여러 개의 기기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마저도 하나도 없는 제 아이가 안쓰러웠습니다. 그렇게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 저희 아이는 여섯 살이 되었습니다.
아이가 많이 성장하여 아기 때부터 타던 이동 수단인 유모차를 태울 때면 혹시나 발이 바닥에 끌려 다치지는 않을까 몇 걸음에 한 번씩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했고 아이의 자세 또한 점점 나빠지는 게 보였습니다. 큰 결심을 하고 무리를 해서라도 아이를 위해 유모차를 구입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다음 날 아이가 치료를 받던 낮병동에서 운명처럼 아름다운재단의 맞춤형 보조기구 지원 사업 포스터가 눈에 띄었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었고 기적처럼 항상 지원 자격이 되지 않던 제 아이도 신청의 기회가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너무 기쁜 마음에 신청서를 작성하고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제 아이의 손을 잡고, 제 아이의 손가락으로 전송 버튼을 누르게 했습니다. 아이와 눈을 맞추며 둘이서 조용하고 간절한 기도를 했습니다. 제 아이의 손으로 제출한 서류는 놀랍게도 선정이 되었고 너무 기뻐서 아이와 함께 유모차형 휠체어가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이제는 튼튼하고 안정적인 유모차형 휠체어에 아이를 태우고 다닙니다. 더 이상 바닥에 발이 끌려서 아이에게 양반다리를 하라고 소리칠 일이 없고, 걷다 말고 멈춰 허리가 굽어지고 몸이 틀어지는 아이를 다시 앉힐 일이 없을 거라는 기쁨을 주신 재단과 센터 및 사업 진행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예쁘게 아껴서 잘 사용하고 성아처럼 꼭 필요한 친구들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